신앙

굿뉴스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2014.04.17 성 목요일 씀)

From a distance 2014. 4. 18. 23:15

 

오늘은 성 목요일 입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부터 미사를 참석하지 않은 지 한달 반이 되었는데, 3년 전 같은 성당에 다니던 분께서 부활절 미사를 함께 참석하자는 제안이 두 달 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부활절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내가 사는 곳의 관할 성당은 주일 저녁미사가 없기에 지난 주일 저녁에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성당을 찾아갔습니다. 한편으로는 고해성사를 해봐야 부활절이 지나면 다시 미사를 참석하지 않게 될 테니 고해성사 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미사 시작 약 1시간 전에 갈 수도 있었는데 비가 조금 내리기에 차 안에서 고해성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성당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715분이었습니다. 고해성사 대기자 좌석에는 약 15명의 신자가 있었고 이후 몇 명이 더 왔습니다. 미사시작이 7시반 이므로 기다리는 사람의 중간 정도부터는 미사 전 고해성사를 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외부에서 오신 신부님이 계셨는지 저의 경우 고해 중에 시작성가소리를 듣고 미사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일미사를 참석하지 않은 사유에 대한 신부님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속상한 마음에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습니다.

 

저는 약 3년 전부터 이런 저런 핑계(?)로 성당과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스스로에게 분명히 말해왔습니다.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내가 신앙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결코 주님께 대한 믿음을 버릴 수 없다라고. 그런데 요즘은 이 마음마저 조금은 흔들리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성당과 거리를 두게 된 대표적인 이유를 든다면 1) 모 신부님의 죽음 사건, 2) 일부 사제들의 군림(?) 입니다. 첫 번째 사건은 2000년도에 발생한 사건으로 제가 영세를 받던 해 입니다. 심하게 표현하면정의=죽음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슬픈 사건이며, 3년 전 인터넷을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을 따르겠다던 리더들의 썩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건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모르고 지났을 일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단어비밀”, 아는 사람만 알고 그 외 사람들은 모르는 일.  그런데 살다 보니 이 세상에는 비밀이 참 많습니다. 어둠 속에 있는 것을 꺼내면 문제되는 게 참 많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비밀로 감출 수 없다면,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비밀이 많아야 하는지, 왜 그렇게 감춰야 할 것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이면서도 또한 악랄하기 그지없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돌아보지 않으면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어도 전혀 문제없다는 무서운 결론을 내기도 합니다. 자신의 존재가치가 중요하면 남의 존재가치 또한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데, 더구나 자신의 위치가 리드(lead)하는 자리라면 그 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철저히 인식해야 리더를 따르는 무리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몇몇 사람의 한없는욕심때문에 모두에게 불행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사고에 대해서도 리더의 올바른 판단이 있었다면 300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사회구성원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사고(思考)와 행동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앙공동체 안에서는 사제의 언행이 평신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사제의 책임은 가정에서 부모의 책임만큼이나 막중하다고 봅니다. 저 같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성당으로부터 마음이 멀어져 가는 사람에게는 더 더욱 그럴 것입니다.

 

지난 주일 저녁 미사가 끝나고 공지사항 시간에 보좌 신부님(?)은 성수요일, 성목요일, 성금요일과 부활전야 미사시간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미사시간은 모두 저녁 9시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성당은 저녁 미사를 더 일찍 하는 것으로 아는데 왜 이 성당은 미사를 9시에 할까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길 바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9시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일을 마치는 시간일 것이며, 이것은 바로 신부님의 신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신부님의 배려가 있기에 저 같은 사람도 미사에 참석할 수 있고, 달리 말하면 미사에 빠질 핑계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비록 교회의 가르침(?)과 달리, 무슨 이유든지 관할 성당에 다니지 못할 지라도 다른 성당을 다닐 수 만 있다면 그것이 미사를 궐하는 것 보다 올바른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지난 주와 지지난 주 금요일에는 KBS1TV에서신의 뇌라는 다큐를 방송했습니다. 제목만큼이나 아주 흥미로운 방송이었는데 믿음에 대한 정답은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각자의 몫일 텐데 누군가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이라면, 그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으로 기쁜 부활 축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