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교회로부터 상처

From a distance 2013. 8. 11. 01:16

 

교회로부터 상처

                                                           

베네딕트 J. 그로쉘 신부, 쇄신의 프란치스꼬회

 

 

  교회나 교회 사람들이 자기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거의 매일 저를 찾아옵니다. 교회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교회로부터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아마도 교회로부터 상처를 가장 자주 받는 사람은 교황일 것입니다. 교황으로부터 본당 신자에 이르기까지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교회가 우리를 낙담시킬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도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일 수 있는 것일까?”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듯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입니다. 모든 지체들이 일치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교회 뒤에는 영적인 실재가 있으며, 신비체의 활력은 하느님의 은총으로부터 옵니다. 하지만 교회 자신은 구성원을 은총상태에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죄 중에 있는 사람도 교회 일원이며, 그들은 앓고 있는 지체들입니다. 앓고 있는 지체들이라고, 은총상태를 잃었다고 해서 교회로부터 파문당하지 않습니다.
  저의 수도생활이 45년이 지났습니다만, 저도 교회 특정부분에 대해 자주 분노하였고, 상처를 받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교회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오류를 가르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이 엇나가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때, 교회가 우리를 실망시켰다는 느낌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들이 실망시킨다고 해서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우리에게 낙담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고, 구세주가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이 아님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교회가 우리를 실망시키는 이유는 교회가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죄를 지닌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는 모든 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측량할 수 없을 정도의 선(善)도 행하는 존재입니다.
  교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교회로부터 상처받은 분들이 많습니다. 오상의 사제, 비오 성인은 수십 년간 가택연금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오상을 받은 이후, 비오 성인은 이태리 산 지오반니 로툰도라는 마을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알퐁소 리구리오 성인은 주교였음에도 교황령 지역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쟌 다르크 성녀는 주교와 11명의 신학자들에 의해 화형을 당했습니다.
  교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 답은 복음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도들이 어떠했습니까? 그리스도께서 절실히 필요로 하실 때, 최후의 만찬 밤에 그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도망쳤습니다. 이것이 믿기 어려운 교회의 실제 모습입니다.
  교회는 죄인들의 모임입니다. 영원한 생명 안에서야 흠없는 교회가 되겠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참된 그리스도 교회는 위대한 성인들과, 악질의 불량배와, 죄인들이 같은 교회 안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활동하시던 당시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오 9,13) 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랐던 지혜로운 사람들, 곧 성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모두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죄인이라고 고백합니다.
  가정이 낙담케 한다고 가정을 포기할 수 없듯이, 교회가 실망케 한다고 교회를 등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교회 사람들은 어느 날 상냥하다가도 다음 날 쌀쌀맞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긍정적인 체험을 하고, 또 그것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립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특정부분에 의지하지 말고 하느님께 의탁하십시오.

  본당에서의 일에 참을 수 없으면 다른 본당으로 가십시오. 만약 본당 사정이 최악이 아니라면 조금 재치 있는 잡음을 내십시오. 어려운 세상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구현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리사이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직하고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요, 격동의 시대입니다. 최후의 심판 날에 저와 여러분은 이 상처받은 세상속의 교회 지체로서, 교회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질문을 받을 것입니다. 여러 시대에 걸쳐 그리스도께서 어렵게 이어주신 교회임을 생각하면서,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로서 우리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