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하느님께서는 모든이에게 서로 다른 달란트를 주셨다고 합니다.

From a distance 2007. 11. 24. 19:29

아래 글은 청주 분평동 성당 카페에 있는 글인데 함께 읽어보면 좋을것 같아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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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는 제 친구가 엊그제 성서 공부(마르코) 마무리 연수를 하고
제게 보내준 멜인데 좋은 내용이라 여기에 올려봅니다.


이 글은 신자가 아닌 분이 읽어도 공감이 갈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카톨릭 신자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모래놀이치료'라는 프로그램의 일부로 '건강한 가족공동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장안평에 있는 동부시립아동상담소 소장인 김보애 수녀님이 강의를 하십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참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답니다. 이걸 10년전쯤 들었더라면 부모 자식, 부부간의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해지고 좋았겠다 싶지만 지금도 늦질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글을 수녀님께서 읽어주셨는데 다들 "맞아" 하며 복사해달라고 요청했지요.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아내는 습관대로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 일 아닌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나는 종달새형이다. 새벽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아내는 올빼미형이다.

밤새 부엉부엉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 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내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게 안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거기에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향이 다 날아가고.

뭐 때문에 돈 주고 비싼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성경책까지 들이밀었다.

"여보, 예수님이 부활만 하시면 됐지 뭣 때문에

그 바쁜 와중에 수의와 수건을 개켜놓고 나오셨겠어?

당신같이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에게

정리정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부활의 첫 메시지야.

당신 부활 믿어, 부활 믿냐고?"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붙일 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다.

"야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 붙여놓은 것 아니냐?"

너무 큰 충격이었다.

생각의 전환, 그렇게 나 자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gift)는 무엇일까.

하지만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은사를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이를테면 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 나뒹구는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하느님은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박박 긁어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무기로 사용하라는 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섬기라고 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에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 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 다가가서 물었다.

"여보, 이거 다 썼어? 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 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칠 때는 전혀 꿈쩍도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는지

이제는 나더러 뚜껑 좀 열어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신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평안히 살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늙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저는 저의 우둔함을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저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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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아파트에서 어느 부부가 말다툼하는 소리가 꽤 긴시간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너무 안타까웠는데 상대방을 내 기준으로 보면 쉽게 화가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미워하고 싸우게 되는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서로(특히 부부사이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합시다~~~

평화의기도(폴리포니 앙상블).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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